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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 남해에 살어리랏다 4
  • 편집국
  • 등록 2022-08-05 12:20:17
  • 수정 2022-12-22 17: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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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물려주어야 할 신앙의 유산 2

 

홍명유 목사 남해 창선교회 담임목사 

『청년사역, 맨땅에 헤딩하라』저자 




"우리가 물려주어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 2 



 

 교회 주변의 집들을 둘러보면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집 주변에 돌담이 쌓여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언제부터 이 담을 쌓았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에 사람이 살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웃 간의 경계를 위해서나 보안을 위해서 쌓았을 것인데 아무리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많이 와도 이 돌담이 무너져 내린 경우를 본적이 없다. 매우 엉성해 보이지만 돌들이 강력하게 서로를 붙들고 있어서 철근을 넣어 쌓은 시멘트 담보다도 강해 보인다. 아마도 이 담을 구성하고 있는 돌 하나하나가 뭉쳐서 한 몸을 이루게 될 때 돌 한 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함께 엄청난 힘을 내게 하고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바위와 돌담을 볼 때마다 이들의 의식 저 밑바닥에 변하지 않는 굳은 진리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떤 변화와 역경에 대해서도 그것을 이겨내게 만드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꼭 바다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자란 곳에서 우리는 어릴 적부터 얻은 자양분들을 통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유산들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그 유산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의 원천이 되고 있다. 

 

 

주님의 교회, 그 아름다운 유산

 

 이런 맥락에서 고향 교회도 많은 사람들의 신앙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시골 교회의 경험이라야 방학 때 외갓집 동네 교회에 간 것과 하계 봉사를 위해 농촌 교회를 방문한 것이 전부이지만 이곳에 와서 살면서 고향 교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고향을 떠난 성도들은 고향 교회를 추억하며 교회에서 받은 신앙의 순수한 유산들을 간직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를 보면 지금은 방마다 냉난방 시설과 영상 방송시설이 다 되어있어서 도시교회 부럽지 않은 상태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이 열악했다. 성경학교를 하면 검정고무신을 신고 평상시 예배 때보다 서너 배나 아이들이 모였는데 선풍기 하나 변변치 못하던 시절이고 몸도 제대로 씻지 못했기 때문에 역한 냄새가 나서 가르치기에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시청각 기자재라야 융판 설교나 환등기 사진이면 최첨단이었던 시절이었다. 정식 교사가 아니라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 오빠가 보조교사로 목사님께 교육을 받아 가르치던 시절이었다. 모든 것이 불비하고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과 역사는 결코 지금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 하나님을 만났고 하나님을 향한 헌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특별히 교회 정원 한 구석에 있는 낡고 녹슨 종은 고향 교회를 생각할 때 가지게 되는 값진 유산일 것이다. 지난 11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1958년 교회 종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신 권사님(86세)을 뵐 수 있었다. 이분은 이 종이 매우 역사가 깊은 것이며 시계가 귀하던 시기에 사람들이 시간을 알 수 있는 유용한 도구였으며 죽어가는 영혼들에게 하나님의 복음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낡고 녹슬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종이지만 이 종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중요성을 기억나게 해주고 자신들의 사명에 대해 알려주는 귀중한 유산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자랄 때 받았던 그 귀중한 신앙의 경험들이 장성한 지금에도 신앙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고 고백하곤 한다. 이런 점에서 이분들은 고향 교회가 지금처럼 늘 같은 자리에 건강하고 은혜롭게 서있길 기대한다. 한 해 한 해가 가면서 많은 분들이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시기 때문에 10년 뒤의 교회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긴박한 상황이긴 하지만 고향 교회가 굳게 서있는 모습은 마치 자신이 굳게 서있는 모습과 같다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이 “교회 평안하죠?”라고 질문하는 것은 단순한 인사 그 이상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믿음의 유산인 고향 교회가 비록 먼 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튼튼히 버티고 있는 것을 통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믿음의 사람들에게도 유산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일전에 화재로 인해 소실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같은 오래된 건축물이나 값진 예술품이나 책일 필요는 없다. 우리의 믿음의 유산은 무엇인가?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로라 하신 것을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니라 하시니”(마 22:32).


 바로 하나님이시다. 부활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예수님을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예수님께 7형제와 결혼한 여인이 천국에서는 누구의 부인이 되겠느냐는 문제를 낸 사두개인에게 해주신 말씀이다. 예수님의 답에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3대가 등장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남겨준 가장 귀한 유산이었고 또 이삭이 야곱에게 남긴 것이기도 했다. 야곱 역시도 열두 아들들에게 이 유산을 남겼다. 아직 그들은 약속은 받았지만 땅을 유업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을 빼버리면 인생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조상들은 천국으로 떠나갔지만 그들과 함께 하셨던 하나님은 오늘 뜨거운 피와 힘차게 뛰고 있는 이 현실 가운데 함께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단순히 추억이 아니라 살아 역사하며 능력을 주고 계신다. 


 오늘 우리 자신과 성도들과 교회가 당면한 현실은 이전에 비해 더 어렵고 힘들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 이미 천국에 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하나님께서 우리와도 함께 하신다. 이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게 하는 가장 귀중한 유산이다. 놓치지 말아야 하며 잊지 말아야 하는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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