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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변신은 무죄! (2)
  • 편집국
  • 등록 2023-02-20 18: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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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에서 시작한 선교사역


홍명유 목사 남해 창선교회 담임목사 

『청년사역, 맨땅에 헤딩하라』저자





인생의 변신은 무죄!


정 목사님의 아름다운 변신(2) 

 

 


 



황혼에 남해 오지의 교회에서 시작한 선교사역

 

 그런데 이런 성공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 그는 한 가지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인생의 또 다른 변신을 택한 것이다그의 마음속에 미국에서 놀라운 축복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인생의 마지막을 그 일을 위해 보내기로 한 것이다막내아들까지 출가시키고 헌신하겠다는 계획을 하여 사모님과 함께 신학교에 등록했고 졸업 후 선교를 가기로 작정했다드디어 막내아들의 결혼이 결정되자 목사 안수를 받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지 23년이 되는 1998, 63세의 나이에 선교지와 다름이 없는 사역지 남해의 오지로 오시게 되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63세라는 나이는 그동안 열심히 부어놓은 사회보장연금을 받을 수 있는 때이며 은퇴 후의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이다햄버거가게에 가서 늦은 아침을 먹으며 지나온 시간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자식들 손자들 자랑을 하며 보낸다고 해도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갚기 위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63세의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사실 목회자로 보더라도 그 나이는 지금까지 해오던 목회 사역을 돌아보고 서서히 정리를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시선으로 목사님의 행보를 바라보았지만 정종익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갚을 수 있기를 원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특히 미국에서 자리잡은 아들들은 귀중한 선교후원군이 되어 한 달에 2천 달러의 선교비를 지원해 주었다.


 하나님과 교회가 무엇인지믿음이 무엇인지 들어보지 못한 그 마을의 영혼들을 위해 밤마다 강단을 지키며 눈물로 기도를 하고 낮에는 마을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을 했다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서 적응하여 꿈을 이룬 생존 능력과 특유의 친화적인 성격으로 열심히 주민들에게 다가갔다이 부부를 의아하게 생각하던 할머니들이 한 분씩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고 미약하지만 교회가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자녀들이 있지만 다 타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외롭고 불편한 삶을 사시던 분들에게 교회와 목사님의 사역은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시원한 샘물과 같은 것이었고 따뜻한 손길이었다


 정 목사님은 교회를 건축하고 전도를 하는 것 이외에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문맹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래서 마을 회관에서 한글교실을 열어 한글을 가르쳤다그 결과 75세 되시는 어르신이 친정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잘 나타낸 글로 군 주최 글쓰기 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지역 신문과 KBS 1TV <6</span>시 내 고향>에도 소개되었다또한 도시 자녀들이 형편이 어려워서 고향으로 보낸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 사랑과 관심과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많이 하였다


 이 교회를 통해 신앙을 처음으로 경험한 분들이 대부분이기에 헌신이나 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 목사님은 사모님과 함께 최선을 다해 사역을 하셨다선교 9년째 되던 해 안타깝게도 병을 얻은 사모님이 1년의 투병 끝에 천국으로 먼저 가셨다이때 사람들은 정 목사님이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는 예상을 깨고 그곳에 남아 사역에 정진했다하나님께서는 목사님을 도울 분을 보내주셨는데 우리 마을 출신으로 당시 서울에서 홀로 귀향하신 분이었다비록 거처는 교회에서 우리 마을로 옮겨졌지만 봉고차로 주일 점심에 드실 음식을 준비해서 갈 정도로 열심히 목양에 전념했다

 

 

 고추야 잘 잤니이렇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 

 

 2013년에는 고국에 뼈를 묻는다는 결단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변신으로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 80세가 넘은 나이에 농사를 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연세도 있고 그동안 그런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곁에서 지켜본 목사님의 모습은 매우 독특했다너무나 순수한 초보 농부를 만 났고 목동 다윗과 같은 음유시인을 만난 것 같았다매일 아침 새벽기도를 마친 후 일을 시작하여 저녁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 순간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그런데 정 목사님의 하루 농사의 시작이 매우 독특하다특히 밭에 나가면 자라고 있는 마늘고추상추들에게 늘 감사의 인사를 한다

 고추야 잘 잤니이렇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남해 농부들이 보면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하지만 정 목사님은 기르는 작물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오늘도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누리고 있으며 할 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는 것이다


 밭에 자라는 작물들이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나 경작의 대상만이 아니라 자신이 땀을 흘리며 수고하는 것에 대해 반응을 보여주는 파트너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발견하게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자연만물에 주신 생명과 창조의 능력일 것이다매일 새롭게 자라고 있고 생명력을 뽐내고 있는 식물들을 통해 생명의 능력과 경이를 깨닫게 되며 삶에 대한 소중함과 경건함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정 목사님의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그 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매우 행복하게 보인다농부가 행복하니 그렇게 보일 것이다이렇게 인생의 마지막 변신을 통해 목사님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노년기를 윤택하고 보람되게 보내고 계신다대부분 동년배의 어르신들은 마을 경로당에 모여서 치매 방지 교육인 화투 놀이를 하거나 텔레비전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비교된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발견한 에 순종하라!

 

 목사님은 우리 교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삶을 사신다매월 첫째 주일 소망부(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주일학교모임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성경 말씀을 구수하게 가르쳐주신다교인들의 경조사에 늘 참석하시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남 몰래 하신다가끔씩 주어지는 설교 시간에는 짧고 단순한 말씀을 통해 성도들에게 많은 도전을 주신다왜냐하면 그분의 삶 자체가 설교이기 때문이다또한 항상 모든 예배 시간에 제일 앞에 앉아서 본인이 발견하거나  깨달은 것을 메모하고 계시기 때문에 나에게는 귀중한 모니터인 동시에 격려자라고 할 수 있다이것이 다 다음 세대를 향한 애정과 사랑의 몸짓이라 생각된다




 솔로몬은 인생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전 3:1-8).


 이 무수한 를 거치면서 인생은 우리에게 그에 맞는 태도와 자세를 요구한다때에 맞는 변신이 필요하다운명처럼 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시기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그 가운데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가진 목적을 발견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갈대아 우르당시 문명의 중심에 살던 아브라함은 변화의 신호가 감지되었을 때 익숙함을 버리고 하란으로가나안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순례의 길을 떠났다비록 갈 바를 알지 못했기에 엄청난 변화와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했지만 결코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담대하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했다그리하여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결국 인생은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끌어 가는 과정이다이 과정에서 어떤 변신을 할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지나온 것이야 어찌 할 수 없지만 앞에 있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변신해야 할 것인지 기도하며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볼 수 있다면 충격이나 혼란이 훨씬 적으리라 생각된다하나님께서 주신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기회와 변화라는 물감을 가지고 창조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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